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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지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차이와 다름이 있다. 크거나 작음의 차이, 무겁고 가벼운 인식의 차이, 모두 받아들임의 차이 일 것이다.

흔히 암이란 병을 환경 병이라 말한다.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중년, 노년, 늙어서 죽는 것이 자연스런 순리다. 그러나 사람은 물론 생명이 있는 모든 것 들은 주어진 수명을 다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명의 발달 이면에는 주어진 변화 상징으로 자연의 파괴를 겪어야 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졌다. 생활의 빈곤에서는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인간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더 향상된 것은 아니다. 생활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더 팍팍해 졌다. 전원생활이 도시형으로 탈바꿈한 시대적 아픔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어제 병원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세끼 식사에 대한 환우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병원 측에서는 환우들의 불만사항을 청취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 모양이다. 사실 간식으로 삶은 계란과 고구마가 항상 비치되어있는 것도 점차 환우들의 건강식에 대한 병원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나는 올 겨울에 다시 볼 수 없을 눈 덮인 월출산의 풍광을 놓칠세라 산행을 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복귀했지만 내 미각과 허기를 타고 유혹한 음식들을 애써 외면했다. ‘푸드매칭’을 통해 먹는 것에 암 환우 관리의 제일로 생각하고 계시는 원장님의 치료법을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기 때문이다.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환우분과 마주쳤다. 그 분은 입원 당시 거동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많이 힘이 부친 분이셨다. 날마다 혼자서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참고 견디실까. 항상 내 마음 속에 관심 있게 봐 오던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은 밝은 얼굴로 '우리 원장님 천재신가 봐요!'라고 말한다. 그 표정과 말이 확신에 차, 약간 격양된 어조였다.

난 알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할지. 내가 생각하고 짐작한 내용이었다. 며칠 전 내가 경험한 몸에 변화를 느낀 것이다. 나는 조금 더 확신에 찬 마음으로 ‘원장님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환우들에게 말한다. 그 분은 암이 대장에서 뼈로 전이 된 상태에서 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작은 배려와 도움에도 늘 고마움의 표현이 있어 더욱 마음이 간 분이셨다.

수만 가지의 질병을 야기한 주범은 환경이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적 조건에서 늙어 죽는 날 까지 건강한 몸을 지킬 수 있음은 축복이다. 병의 원인은 바깥의 자극에도 문제가 있지만 주로 자신(안)에 있는 것 같다. 나를 위협하고 있는 모든 것에 내가 보호받고 지키는데 무엇이 가장 필요 할까. 의사와 환자는 어떤 것을 지양해야 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